대선 전초전 된 이재명·윤석열 펀드…'AAA'급 투자처? 당비 '내돈내산'?
입력 2022.02.17 07:00
    취재노트
    李·尹 모두 목표치 초과하는 투자금 몰려
    '후보 지지'에서 '재태크 수단' 까지 확장
    수익원은 결국 당비…양당은 'AAA'신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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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이재명 펀드’ 흥행에 이어 14일 출시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윤석열 국민펀드’ 모금도 성황리에 마쳤다. 윤석열 국민펀드는 선착순 공모 17분만에 목표액인 270억원을 달성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 따르면 목표액 달성 후 추가 납입을 희망하는 참여자들의 요청에 서버를 연장 운영했고, 53분 만에 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모금 이후 “예상보다 더 참여자들이 몰리면서 당내 담당자들조차 펀딩을 못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때 초당 만 명 접속 가능한 수준이었고, 이번엔 초당 십만명까지 접속 가능하게 넉넉하게 서버를 마련했지만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갈수록 대선 펀드를 향한 국민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선 펀드를 기획한 각 당의 선대위 측은 모두 “예상보다 더 뜨거운 성원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정당 관계자는 “좋은 것인진 모르겠지만 대선펀드 모금이 마치 ‘대선 맛보기’ 같은 식이 됐다”고 말했다.

      두 정당이 대선에서 펀드를 통해 선거 자금을 모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담쟁이 펀드’로 300억원을 모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약속 펀드’를 출시해 250억원을 모금했다.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십시일반 모여진 당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만들었고, ‘돼지 저금통(노란 저금통)’을 통한 지지자들의 성금이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듯 과거 정치인 후원이 지지자들의 ‘정치적 염원’을 대변하는 통로였다면 이제는 ‘투자 목적’의 색채가 강해졌다.

      국민적인 ‘재테크 붐’도 대선 펀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 일조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아예 펀드 모금에 앞서 ‘대선 공모주’ 슬로건을 내세웠다. 비례추첨 방식도 ‘공모주 열풍’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1시간만에 100억원을 모집한 문재인 펀드는 연 3.6%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1%대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금이 몰렸다. 당시 인터넷 은행 출범 초기 케이뱅크에서 우대금리까지 적용해도 최고 1.35% 이율에 그쳤다. 

      실제 이번 대선 펀드는 재테크 목적으로 관심을 가진 2030도 늘어난 분위기다. 민주당 측은 모금 이후 “NFT와 관련해서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많았다”고 자평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투자 시 지급되는 NFT는 거래소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펀드 참여자들이 이자 수익 외에도 NFT 거래를 통해 투자 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차용증명서가 내장되어있는 NFT이기 때문에 환급이 이뤄지기 전에 판매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정확하게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다. 선거 펀드는 금융투자업계의 ‘펀드’와는 개념이 크게 다르다. 돈을 모아서 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 후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방식이다. 사실상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고, 옛말로는 곗돈이다. 원금은 득표율이 15% 넘으면 국고에서 보전받고 이자는 당비에서 지급한다. 선거 운동처럼 대규모 자금은 은행에서 빌리면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이자로 ‘국민에게 빌리는’ 것이다.

      즉 투자 수익의 본질은 당비다. 당비는 지지자들이 정당에 가입해서 내는 돈이다. 대선 펀드에 모금하는 투자자도 지지자들이 다수다. 어찌보면 수익도 ‘내돈내산’인 셈이다. 물론 ‘2.8%’의 중금리는 투자 차원에서 괜찮은 숫자다. 그런데 투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사실상 손에 들어오는 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선거 펀드의 세율은 은행의 이자소득 세율(15.4%) 보다 높아 27.5%가 적용된다.

      연간 2.8%의 금리는 주요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와 CD기준금리를 고려해 적용됐다. 채권시장 기준으로 보면 현재 ‘AA-‘ 등급의 3년물 회사채 금리가 2.92%다. 국내에서 민간 기업으로는 가장 높은 신용도인 ‘AAA’ 등급을 가진 KT가 지난달 발행한 5년물 회사채 금리가 2.563% 였다. 현재 3년물 국고채 금리가 2.34%인 점을 고려하면 양 정당은 상당히 ‘높은 신용도’로 국민들에게 돈을 빌린 것이다. 

      양당이 ‘AAA’급 신용도의 자격이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양당 후보자가 득표율 15%를 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금을 국고에서 선거비용으로 지원받을 가능성 또한 높다. 한 여당 관계자는 “(펀드 상환을 위해서라도) 의원들이 목숨걸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원금 외에 지급할 이자수익 규모도 여당과 제 1야당 입장에서 무리는 아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이 거둔 당비 수입은 111억3884만원으로 처음 100억원을 넘었다. 전년인 2016년 민주당의 당비 수입은 93억2689만원이었다. 2018년에는 당비 수입이 384억9788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당시 제1야당인 (구)자유한국당의 당비 수입은 2017년 121억9080만원에서 2018년 154억330만원으로 늘었다. 

      제 20대 대선까지 약 3주 남았다. 앞으로 한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관심은 대선에 쏠릴 것이다. 라임펀드 사태부터 또다시 의혹이 커지고 있는 디스커버리펀드 사태까지 연이은 사건들로 '펀드'의 신뢰성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성격이 다른 '펀드'지만 정치권이 엮여 '모인 돈'의 행방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것은 사실이다. 

      대선 펀드의 '안정성'에 대한 질문에 여야 관계자는 “깨끗하게 모아서 깨끗하게 쓰고 깨끗하게 돌려드리겠다”며 자신했다. 3월 이후에도 양당이 ‘AAA’ 신용도의 투자처로 남을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